“불쌍하다”는 말 남기고 떠난 훈남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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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나의 외계인일기(1) – 훈남 오빠… 아깝다….

한국에서 살다보면 외계인처럼 느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안 그래도 내가 들고 다니는 외국인 등록증은 ‘alien card’라고 번역하게 된다. 그 정도로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한국은 한민족과 ‘우리’ 사상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외국인들과 안 어울리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오늘날 세상은 어쩔 수 없이 외계인과 많은 분야에서 교류해야 되고, 또 다른 세상에서 오는 ‘우리’말고 ‘그들’과 함께 섞여 살아야 한다.

내가 속했던 세상은 금발 미녀의 세상이 아니다. 영어로 통하는 나라도 아니다. 아프리카이기는 한데 피부가 까맣지 않고, 사막이 있는데 해변이 3면이나 있으며, 모슬림이면서도 테러리스타가 아니고, ‘히젭(히잡)’을 쓰는데 인생을 즐기고, 술은 안 마시는데 재미있게 놀 줄은 아는… 이거 도대체 뭘까?

대한민국 서울 홍대입구…

2014년 9월 어느 날 외국인 친구가 자기 생일 파티에 나를 초대했다. 개강 전 마지막으로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기회라 잔뜩 신경을 쓰며 옷을 차려 입었고, 메이크업도 패션 완성이니깐, 투명 메이크업으로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업그레이드 시킨 후,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생일 파티에 갔다.

1년 동안 알고 지낸 외국인 친구들이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웃고 떠들며 서로 대학원 생활이 어떤지 알 수 있어서 재미가 넘치는 자리였다.

친구와 한창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한테 다가오는 한국 남자 한 명이 눈에 띄었다. 키가 크고 잘 생긴 남자여서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친구의 학교 친구이라고 자기 소개를 한 후 서로 인사를 나눴는데, 나 보고 한국말을 잘 한다는 칭찬을 해준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바보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은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바보처럼 보였을 것이다. 원래 남자가 잘 생기면 재수 없다는 소문이 들었는데 헛소문인가 본다. 그 시간이 무척 즐거웠으니까.

한 30분 동안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남자가 나에게 술을 건넨다. 앗! 아무것도 모르는 한국인이다. 그땐 난 훈남 오빠에게 믿기 어려운 사실을 하나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저기..난 술을 안 마십니다.”
“어? 왜요?????” 

“모슬림이라…”
“아.. 그럼 돼지고기도 안 먹죠?”

“아… 네… 그게…”
“물은 괜찮아요??” 

헐… 훈남 오빠 제발 이러지 맙시다….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나를 한참 쳐다보며 한숨을 쉬더니 “불쌍하다”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휙 사라졌다.

“저..저기 ..훈남 오빠~~”

아… 아깝다!

Lobna Ashraf


* 오늘부터 ‘또다른세상’에 새로운 필진으로 참여하게 된 로브나양의 일기입니다. 로브나양은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인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현재 연세대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로브나의 외계인일기’에 많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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