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의 마지막 항구 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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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의 아일랜드 여행스케치(1) 코브항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Dublin)에서 남서쪽으로 3시간 가량 차로 달리면 아일랜드 제 2의 도시인 코크(Cork)가 나온다. 코크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코스가 있는데 바로 코크 옆의 작은 마을 코브(Cobh)다. 코크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리면 퀸즈타운(Queen’s Town)으로 불렸던 아름다운 항구 도시 코브 항을 만날 수 있다.

코브 항은 19세기 감자 기근 당시 250만 명의 아이리시(아일랜드인)들이 미국 이민을 떠나야 했던 슬픈 역사를 안은 항구 마을이다. 코브는 게일 어로 ‘항구’를 뜻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천연의 항구로 수심이 깊어 미국으로 가기 위해 대서양을 횡단하는 큰 배가 정박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작은 항구 마을이라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아련하다는 수식어가 생각나는 마을이다. 코브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곳을 찾은 빅토리아 여왕이 선상에서 눈물을 훔쳤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국의 수많은 명사들도 하나같이 코브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코브 헤리티지센터(Cobh Heritage Centre) 앞에 있는 케네디 공원(Kennedy Park) ⓒ 김현지

여름에 방문한 코브 항은 따스한 햇살 아래 타이타닉 워킹 투어(walking tour)를 하는 사람들로 분주해 보였다. 여행자 센터라고 할 수 있는 코브 헤리티지 센터 안에는 일상을 보내며 현재를 살아가는 코브 주민들과 타이타닉호 전시를 관람하며 과거를 추억하고 되새기려는 관광객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코브 헤리티지 센터를 나오면 작은 동상 앞에 관광객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동생들과 함께 처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앤 무어(Annie Moore)의 동상으로, 여기서부터 코브가 시작된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코브 헤리티지 센터(Cobh Heritage Centre)안의 모습 ⓒ 김현지

 코브 헤리티지 센터(Cobh Heritage Centre)를 나오면 처음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애니 무어(Annie Moore)와 그녀의 형제들의 동상을 볼 수 있다. ⓒ 김현지

1948년에서 1950년 사이에 6만 명이 이민을 떠났고, 그 절반이 이곳 코브를 통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했다. 우리에게 영화로 잘 알려진 타이타닉 호는 실제 1912년 영국의 리버풀(Liverpool)을 출발해 뉴욕으로 가는 길이었고, 이곳 코브가 마지막 항구였다고 한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아메리칸 드림을 가슴에 품은 가난한 화가 지망생 잭(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이 뱃삯이 없어 안타까워하다가 술집에서 기적적으로 판돈을 끌어 모아 3등칸으로 펄쩍 뛰어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잭은 갑판에 올라 “내가 세상의 왕이다!(I am the king of the world!)”라고 외친다.

영화 속 잭처럼 당시 수많은 아이리시 청년들은 타이타닉 호가 그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들의 희망은 돌이킬 수 없는 슬픔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소박하고 평온한 항구 마을은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채 오늘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코브(Cobh) 마을 입구에는 코브를 순회하는 관광열차를 쉽게 볼 수 있다. ⓒ 김현지

“엄마, 나 토마스 기차 타고 싶어요!”

길가에 세워진 관광기차를 언제 보았는지 아들은 기차가 세워진 곳으로 달려간다. 코브는 도보로 구경해도 두 시간이 안 걸리는 작은 마을이지만 우리는 4살짜리 아들의 재촉으로 코브 투어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이 관광열차의 아저씨는 코브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코브의 역사부터 현재의 삶에 대한 이야기해 주셨다. 과거의 아픈 추억을 제외한 현재의 코브는 너무나 조용한 항구 마을이라 동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조차 열심히 떠들어 대셨다. 이 집은 이 동네에서 가장 부자가 사는 집이라느니, 코브에는 의사가 한 명 밖에 없어서 의사를 만나는 것이 교황을 만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느니, 저 바닷가 건너에 있는 리조트는 하루에 숙박비가 얼마라느니… 아저씨는 바닷가 지방의 특유 액센트로 우리들에게 사소한 정보들을 알려주며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코브 마을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집들의 모습이 소박하지만 아름다웠다. ⓒ 김현지

그렇게 관광열차는 천천히 코브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고 그곳에서 우리는 또 한 번의 절경을 보았다. 오후의 햇살 사이로 코브 바다는 화려한 보석들을 쏟아 놓은 듯 반짝거렸다. 그 옆에 마치 기차와 같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집들은 소박했지만 바다와 잘 어울렸고 코브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전해주었다. 코브가 가진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도 이 풍경 하나만으로 충분한 여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세 시간의 짧은 여행을 끝으로 코브와 작별하였다. 다음 여행에서는지금보다 더 자라있을 우리 아이와 천천히 그 마을을 걸으며 코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코브 정상에 위치한 세인트 클레멘트 성당(St. Clement Church)에서 바라본 코브항의 모습. ⓒ 김현지

덧붙이는 글 |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Dublin)에서 기차를 이용해 코브(Cobh)로 가는 방법. 더블린 휴스턴역에서 코크로 가는 기차를 탄 후, 코크 켄트역에서 내려 다시 코브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소요시간은 약 3시간 20분.

* 코브(Cobh)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1. 세인트 클레멘트 성당 (St. Clement Church)에서 항구를 바라보는 풍경,
2. 배수리 공장이 있는 화이트 포인트 스트랜드(곶)에서 시내풍경을 보는 방법
3. 시내 끝, 비숍거리 꼭대기 웨스트 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방법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것으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여기에 게재합니다. 원문보기 http://goo.gl/wgI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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